- [칼럼] 소아시력 관리에 대한 고찰 (신종근 원장)
- 2011-01-20
"선생님, 애들 시력은 언제부터 잴 수 있나요?"
진료를 하다 보면 자주 듣게 되는 질문입니다. 아마도 많은 엄마들께서 자기 표현이 어려운 소아들의 시력에 대해 한 번쯤은 걱정해 보셨으리라 생각됩니다. 학기초라 그런지 자녀들의 시력에 신경을 쓰시는 부모님들이 홈페이지 상담란을 많이 찾고 계시고 직접 내원하시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어린이들의 시력을 정확히 측정하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보통의 시력표를 통해 시력을 측정하는 것은 생후 36개월은 지나야 가능하며, 숫자를 읽는 능력이 충분히 발달되지 않은 경우에는 더 나이가 들어야 측정 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 이전의 아이들의 시력은 잴 수가 없는 것일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아마 보통의 부모님들도 아주 어린 아이들의 시력상태가 걱정이 되실 수 있겠지요. 대부분의 유아들은 3세 이후에 시력검사를 받아도 상관 없지만 그 전에 시력확인을 해야 하는 경우가 몇 가지 있습니다. 아이가 엄마와 눈을 못 맞추거나, 사물을 보여줘도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을 때, 한쪽 눈은 괜찮으나, 다른 한 쪽 눈에만 눈꺼풀 처짐이 있는 경우, 사시가 있을 경우, 눈물을 많이 흘리거나, 햇빛에 나가면 눈을 많이 찡그리거나 검은자의 외관상 이상소견이 보일 때도 안구 자체에 숨어있는 선천적 질환의 가능성이 있으므로 검사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맞벌이 부부들이 늘어가는 요즘, 자녀들의 시력에 대해서는 간과하기 쉬운 것이 사실입니다. 특히, 선명한 시력을 경험해보지 못한 어린 아이들은 잘 안 보인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지 못하기 때문에 더더욱 그 표현이 불가능할 수 밖에 없습니다. 시력발달에는 그 시기가 있으므로 시력발달을 저해하는 원인 질환이 있다면 가능한 조기에 교정을 해 주어야 합니다.
어느날 갑자기 아이가 " 엄마, 나 칠판글씨가 잘 안보여" 하게 되면, 어머님들께서는 깜짝 놀라서 근심어린 마음으로 자녀와 함께 병원을 찾으시게 됩니다. 이런경우 검사를 해보면 근시를 갖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근시란 안구의 앞 뒤 길이가 정상보다 길어져 물체를 보았을 때 그 초점이 망막보다 앞에 맺히는 것으로, 한 번 근시가 생긴 아이는 몸이 자라면서 동시에 안구의 길이가 계속 길어지므로 대개 진행하는 양상을 보입니다. 한 번 안경을 쓴 어린이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안경돗수가 계속 올라가게 되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흔히 안경을 써서 눈이 더 나빠진다고 생각하게 되지요. 흔히 안경은 가급적 늦게 착용하는 것이 시력저하를 막는데 도움이 된다고 믿는 부모들이 많습니다. 아이가 일찍부터 안경을 쓰면 눈이 더 나빠진다고 생각해 되도록 안경을 씌우려 하지 않습니다. 엄마들 중에서는 이와 같은 잘못된 상식으로 시력발달이 필요한 소아에게 안경을 씌우지 않는 분도 계신데, 이는 자칫하면 아이를 약시에 빠뜨릴 수 있는 위험한 행동일 수 있습니다. 안경은 단지 물체의 상을 망막에 맺히게 하는 도구일 뿐 눈을 더 나쁘게 하거나 좋게 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근시가 있는 환아에게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주어야 할까요?
일단 생긴 근시를 줄이거나 없앨 수는 없어도 더 이상 진행하지 않거나, 진행속도를 줄이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은 있습니다. 하나는 집에서 부모님들과 아이들이 지켜야 하는 사항들이고 다른 하나는 병원에서 도와줄 수 있는 부분입니다.
우선, 집에서 할 수 있는 부분들은 첫째, 근거리 작업(독서,컴퓨터,TV 시청) 시 자세가 잘 못 되지 않도록 바른 습관을 가르치셔야 합니다. 둘째, 영양학적으로 균형있는 식사와 비타민B,C 의 섭취가 근시진행 속도를 늦추는데 도움이 된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다음은 병원에서 근시진행 억제를 위해 도와드릴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설명 드리겠습니다.
우선은 근시의 정도가 어떻게 되는지 이로 인한 시력발달(시신경 발달)의 장애는 없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특히 6디옵터 이상의 고도근시의 경우에는 망막질환이나 녹내장의 합병 가능성이 급격히 증가하고, 몸의 다른 부위의 성장이 멈추어도 근시가 계속 진행되는 악성 진행성 근시로 넘어갈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근시의 상태를 정확하게 평가하는 것은 근시치료에 있어 기본이라 하겠습니다.
다음은 안구성장 자체를 억제하기 위한 물리적 치료방법으로 드림렌즈나 RGP 렌즈를
사용하는 것이 그것인데, 이는 안구의 앞쪽에서 렌즈를 이용하여 눈을 눌러주게 되면 안구의 성장을 어느정도 억제할 수 있는 원리를 이용한 것입니다.
정리하자면 우선은 아이의 근시의 상태가 어떠한지를 정확하게 평가 받고 일정 간격으로 경과관찰을 하셔야 합니다. 그 결과, 근시의 진행속도가 특별히 빠르지 않다면, 아이의 눈에 잘 맞는 안경을 씌워주고, 앞서 말씀 드린 주의사항들을 잘 지키시면서 6개월 간격으로 검안을 받으시면 됩니다. 그러나, 근시진행속도가 유난히 빠르거나, 고도근시로 넘어갈 위험이 있을 경우에는 드림렌즈나 RGP 렌즈의 도움을 받는 것을 고려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근시란 원래 동양인에게 많은 것으로 보고 되고 있습니다. 이것은 우리가 그만큼 근시에 대해 취약한 유전적 요인을 많이 갖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우리아이는 괜찮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보다는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것이 자녀들의 눈건강을 지키는 지름길이 아닐까 싶습니다.
Written by 신종근(수원제일안과 원장 , www.jeileye.net )